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IPEF, 5월 23일 출범
명목상 인태 지역 경제협력체, 실질은 중국 고사작전?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가 도쿄 이즈미 가든 갤러리에서 5월 23일 공식 출범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13개 참여국 정상들은 무역과 공급망, 청정에너지·탈(脫) 탄소·인프라, 조세·반부패 등 IPEF의 4개 분야에 대한 논의를 개시한다고 선언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현장 참석했고, 10개국 정상은 화상으로 참석했다.
IPEF 가입 국가 : 13개 회원국 참여
미국과 한국, 일본을 비롯해 호주, 인도,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13개국이 현재까지 가입했다.
당초 복잡한 대중관계에 있는 인도와 동남아 국가연합(ASEAN·아세안)은 참여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었지만 대부분(10개국 중 7개국)이 참여했다. 대만은 미국 측의 고려에 의해 배제됐다.
IPEF 개념과 뜻
IPEF(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를 뜻하며, 바이든 대통령이 구상하고 있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경제 안보 플랫폼 및 국제기구를 지칭하는 용어이다.
IPEF는 수출입 관세와 무역장벽을 제거하는 자유무역협정(FTA)보다 범위가 넓은 포괄적 경제협력체를 명목상 지향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쿼드(Quad) 같은 안보협의체와 마찬가지로 아시아 지역에서의 중국의 경제적 영향을 억제하기 위한 반중(反中) 경제포위망적 성격이 짙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7년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TPP)에서 탈퇴한 지 5년 만에 미국이 다시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부상에 대항하여 리더십 재건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주요이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무역과 공급망, 디지털 경제, 탈(脫) 탄소 청정에너지, 인프라 협력 등 IPEF의 4개 이슈를 지난해 10월 동아시아 정상회의에서 발표했다.
IPEF는 4개 의제를 중심으로 참여국 간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참가국가가 참여하고 싶은 의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여 인태 지역의 경제 공동번영을 꾀한다는 것이다.
IPEF와 인도태평양 지역 주요 경제협력체 비교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CPTPP)은 일본이 주도하는 경제협력체로 2018년 12월 발효되었고,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RCEP)은 중국이 주도하는 경제협력체로 2022년 2월 발표되었다. 우리나라는 CPTPP 가입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PEF는 전 세계 인구의 32.2%를 차지하고, GDP 기준으로 세계 경제의 40.9%를 차지하는 큰 규모의 경제블록이다. IPEF 내에서 우리나라의 교역 규모는 40%에 달한다.
IPEF는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RCEP를 무력화시키는 동시에 중국이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CPTPP도 견제하겠다는 일타쌍피적인 포석으로, 관점에 따라 대중국 고사작전의 시작이라고 볼 수도 있다.
IPEF를 둘러싼 미중 신경전 격화
한국이 중국을 공급망에서 제외하는 IPEF에 참여할 기미를 보이자마자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곧바로 “한중은 공급망 단절을 반대해야 한다”며 “중국의 거대한 시장은 한국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끊임없는 추진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IPEF 출범이 공식 선언되자,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에 대해 “산업망 안정을 해치면 안 된다”라고 지적하고, 미국의 아·태 전략은 “지역 국가를 미국 패권주의의 앞잡이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IPEF가 제2의 사드 사태를 불러 울까?
우리가 IPEF에 가입함으로써 제2의 사드 사태를 불러오는 것이 아닌지 우려가 깊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로서는 세계 경제의 40%를 달하는 경제블록인 IPEF를 외면할 수 없다.
한편으로는 중국의 입장을 아예 무시하기도 어렵다. IPEF가 명목적으로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경제협력체를 표방하고 있으나 실질을 들여다보면 중국을 인태 지역에서 경제적으로 고사시키려는 미국의 패권주의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이 우리나라를 비롯해 IPEF 참여 국가를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국제 외교에 걸맞지 않은 행동이다. IPEF 가입은 어디까지나 각국의 주권적 결정사항이기 때문이다.
외교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되는 시점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외교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한 역사적인 경험이 축적되어 있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중국을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신중한 균형을 찾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드는 우리나라와 중국의 1대 1 관계였지만 IPEF는 중국과 13개 국가의 다중 관계라는 점도 외교적 활로를 열어준다. 또 IPEF가 실효적 협정이 되려면 참여 국가들이 협의하는 데 아주 긴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도 잘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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