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과 빅 스텝
지난달에 기준금리를 0.25% 인상했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번 달에도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올려 연 1.75%로 결정됐다.
한국은행이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2007년 7·8월 이후 14년 9개월만이다. 그만큼 현재의 경기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는 뜻이다.
기준금리 변동추이
한은이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미 연준이 6월과 7월에 두 번 연속 빅 스텝을 예고한 것과 최근 치솟고 있는 물가 상승세를 더는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빅 스텝이란
'빅 스텝 big step'의 사전적인 뜻은 큰 걸음, 큰 발전이나 도약이다. 빅 스텝이 경제 용어로 쓰일 때는 금리를 한번에 0.5% 포인트 이상 큰 폭으로 인상한 것을 말한다. 빅 스템은 공격적인 통화긴축 정책에 속한다.
각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올릴 때 통상적으로 인상 폭을 0.25% 정도로 가져간다. 미국 연준(Fed)은 5월 4일 인플레이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연방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여 빅 스텝을 밟았다.
연준이 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린 것은 2000년 3월 이래 22년 만에 처음으로 사태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월스트리스에서는 향후 0.75%포인트의 인상이 나올 수도 있다고 추측한다. 시장에서는 0.75% 인상을 ‘자이언트 스텝’이라고 부른다.
한미 기준금리 추이
현재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는 1 ~ 0.75% 포인트 차이다.
만약 미연준이 6월과 7월에 두 번 연속 0.5% 포인트 올리는 빅 스텝을 단행한다면 연방 기준금리는 2.0%가 되어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를 역전하게 된다.
한은의 기준금리 딜레마
이렇게 되면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게 된다. 먼저 우리나라 기준금리보다 달러 기준금리보다 낮으면 우리나라 시장에서의 달러 자본유출은 피할 수 없게 된다.
자본유출은 원화 약세로 초래해 달러 강세를 불러오고 수입 물가는 더욱 오르게 된다. 수입 물가 상승은 그대로 소비자 물가에 반영되어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이렇듯 외부 요인이 큰 경제 상황에서 한은의 선택폭은 거의 제로로 수렴한다. 미국 연준의 스텝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치지고 있는 것이다.
가계대출 찬액 추이
그렇다고 미국 연준을 따라 기준금리를 마냥 올릴 수 없는 국내 상황도 문제다. 바로 국내 가계 부채 문제다. 우리나라 가계대출 잔액 추이를 살펴보면, 올해 조금 꺽이긴 했지만 가계부채액이 여전히 1752조 원에 이른다.
오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함으로써 기준금리 인상 전과 비교했을 때 차주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액은 82만 원으로 더 늘어난다고 한국은행은 추산했다.
물가와 대출금리가 오르면 지갑이 닫히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소비가 위축되면 기업들의 투자가 감소하는 경기침체의 악순환에 빠져든다. 한은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향후 기준금리 전망
미국 연준은 5월 3일과 4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 스텝을 밟았고, 6월과 7월에도 빅 스텝이 적절할 것 같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지금의 상황으로서는 향후 자이언트 스텝이 나오지 않는 것만으로 다행스러울 지경이다. 빅 스텝으로도 물가가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이 자이언트 스텝을 밟는 것이 필연적인 수순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3월과 4월, 두 달 연속 8%대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고, 한은은 올해 하반기 우리나라 물가 상승률을 4.5%로 전망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 4%대는 2011년 이후 11년 만이다.
아무튼, 국내 경제 상황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다. 대출을 줄여나가면서 현명한 소비생활을 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정책 당국자들이 제발 헛발질만큼은 안 하기를 기원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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