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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핵

교통법규위반 사실확인요청서 대처법

by 라이프해커​ 2022. 7. 13.

교통법규위반 사실확인요청서서 현명 대처법

아침부터 기분 잡치는 문자가 왔다. "귀하께서는 2022. 06. XX일. 교통법규위반(도로교통법 제38조 1항 방향 전환 진로변경 시 신호 불이행)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교통법규 위반 사실확인 요청서가 우편 발송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어쩌고 저쩌고 하는 내용이었다.

40년 가까이 운전을 하니까 별꼴 다 본다 싶었다. 말로만 듣던, 공익신고에 의한 교통법규위반 사실확인요청서를 나도 받게 된 것이다. 과태로 처분을 하든, 범칙금 처분을 하든 하면 될 것이지, 교통법규 위반 사실에 대하여 확인을 하고자 하니 경찰서로 출석하라는 거였다. 나. 원. 참.
위반 사실을 인정하는 경우 교통민원 24 또는 경찰서 방문을 통해 납부할 수 있다는 내용도 첨언해 두었다.

요청서
아주 멀리서 찍혔다. 주위에 차도 없다.

그럼, 위반사실을 인정하지 안 하는 경우는 납부 안 해도 된다는 말? 폭풍 검색을 해 보았더니 교통법규위반 사실확인요청서에 대한 대처법으로 갑설과 을설이 분분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갑설과 을설만 있는 게 아니고 병설도 있었고 잡설까지 난무하고 있었다. 

교통법규위반 사실확인요청서 갑론을박

갑설, 그냥 더러워도 교통민원 24를 통해 범칙금 납부하는 것이 제일 간편하다. 고작 해봐야 3만 원이고 벌점도 없잖아.
을설, 처음 교통법규를 처음 위반한 경우에는 경찰서 출석해서 잘 부탁드리면 서약서(?) 같은 거 쓰고 계고 처분으로 그친다.
병설, 교통법규위반 확인을 안 하면 처분할 수 없으니, 무시해 버리면 일 년만 지나면 유야무야 된다.
잡설, 무시하면 무시하는 행위도 과태로 처분 대상일 뿐만 아니라, 출석 안 하게 되면 과태료 처분을 맞거나 즉결심판 어쩌구 저쩌구.

진로변경 시 신호방법

그래서 교통법규를 확인해 봤다. 찾아봤더니, 모든 차는 좌회전이든 우회전이든 유턴이든 진로를 바꿀 때는 무조건 깜빡이를 켜야 하는 게 맞다. 깜빡이가 고장났으면 손으로라도 깜빡이를 켜야 한다. ㅠ

제38조(차의 신호) ① 모든 차의 운전자는 좌회전ㆍ우회전ㆍ횡단ㆍ유턴ㆍ서행ㆍ정지 또는 후진을 하거나 같은 방향으로 진행하면서 진로를 바꾸려고 하는 경우와 회전교차로에 진입하거나 회전교차로에서 진출하는 경우에는 손이나 방향지시기 또는 등화로써 그 행위가 끝날 때까지 신호를 하여야 한다.

② 제1항의 신호를 하는 시기와 방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그럼 언제부터 신호해야 하는데? 대통령 시행령 21조에서는 신호의 시기 및 방법을 별표 2에서 정하고 있는데, 좀 어이가 없다. 진로변경 전, 무려 30미터 이상의 지점부터 깜빡이를 켜야 한다. 30미터 전부터 켜는 사람, 나는 별로 못 봤다. 또, 나. 원. 참이다.

관련 법령
도로교통법시행규칙 별표 2 참고

진로변경 신호 불이행 시 범칙금

그럼 방향 전환 진로변경 시 신호 불이행(제38조 1항 위반 행위)에 대한 벌칙은 뭔데?
도로교통법 제156조를 보면 제38조 제1항을 어긴 사람은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科料)에 처한다고 되어 있다. 헐, 넘 세다. 여기서 과료는 과태료의 옛말이다. 국회의원 님들아. 맨날 싸움박질만하지 말구 법령 용어도 좀 고쳐라 제발.
신호 불이행이 설마 20만 원은 아닐 테고 구체적으로 얼만데? 찾아보니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별표 8의 제52호에서 3만 원으로 규정해 놨더라.

관련 법령
동시행규칙 별표 8

방향 전환 진로변경 시 신호 불이행하면 범칙금은 3만 원이고, 벌점은 없다는 건 이제 알았다. 그럼 을설의 서약서 쓰면 계도에 그친다는 말도 성립하는지 관련 법규를 찾아봐야 한다. 경찰들도 지 맘대로는 못 봐준다. 경찰 개인이 착해서 봐주는 건 더더욱 아니다. 계도 규정이 없는데도 그러면 괜히 자기만 비굴해지는 거다.
어, 도로교통법, 시행령, 시행규칙 다 뒤져도 계도나 경고라는 말 한마디도 나오지 않는데?

교통법규위반 공익신고 처벌 기준 

그래서 구글링에 들어갔다. 짠! 경찰청 지침이라는 것이 구글링에 걸려들었다. 지침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검색이 안된다. 경찰한테 물어보면 수월한데, 그러긴 싫다.

처벌

교통법규 위반 공익신고 처리 기준에 의하면 공익신고가 위반이 명확하게 확인되고 교통의 안전과 소통에 영향을 미쳐 처벌이 필요한 경우에만 처벌 처리한다고 되어 있다. 이외에는 하몬 안된다.

계도, 경고

도로교통법 위반 행위에 해당하나, 교통의 안전과 소통에 미치는 영향이 적거나 처벌의 실익이 없는 경우에는 계도나 경고한다고 되어 있다. 위반한 날로부터 7일을 초과하여 신고한 때에도 경고 처리해야 한다.

종결 처리

그리고 잘못된 도로 시설로 발생한 위반 또는 위반을 입증할 명확한 증거가 없는 경우, 위반 여부가 불명확한 경우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종결 처리한다고 되어 있다. 

교통법규위반 사실 확인요청서 실제 대처 

음, 방향 전환 진로변경 시 신호 불이행이 범칙금 3만 원에 해당하는 위반행위이긴 하나, 공익 신고인 경우에는 교통의 안전과 소통에 미치는 영향이 적거나 처벌의 실익이 없는 경우에는 계도, 경고를 할 수 있단 말이지. 흠.

그리고 위반을 입증할 명확한 증거가 없는 경우나 위반 여부가 불명확한 경우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종결 처리를 해야 한다고 거고, 알겠다! 이제 문자에 찍힌 전화번호로 전화거는 일만 남았다. 뚜우- 뚜우~

나 : 교통법규위반 사실확인요청서 발송되었다는 문자를 받고 전화드렸습니다.
경찰관 : 네, 자동차 번호 불러 주시죠
(번호를 불러주고 나면 동영상을 확인하는 듯)
경찰관 : 아, 네, 선생님, 지난번에 ㅇㅇ시에 가신 적 있죠? (네), 그때 깜빡이를 넣지 않고 우회전을 하셨군요. 음, 이건 보니까, 아주 멀리서 찍힌 건데, 교통 흐름에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니니까, 이번에는 그냥 넘어갑니다. 다음에 공익신고 들어오면 부과 처분할 수밖에 없으니 안전 운전하세요
나 : 네, 수고하세요.

다음에는 무조건 부과 처분한다는 식으로 말했으나, 목적을 달성했으므로 가타부타 더 이상 말 안 했다. 인터넷 서치를 해보면, 경찰서마다 계도 기준이 다르게 적용되고 있는 것 같다. 만약 재수 없게 교통위반 사실 확인서를 받았다면 대처법의 현명한 순서는 이렇다.

교통위반 사실확인서 대처 순서

1. 먼저, 경찰서에 전화로 문의한다. 그쪽에서 먼저, 이번엔 넘어간다고 하면 끝.

2. 전화 문의 결과, 범칙금 납부해라고 하면, 자신의 신호 불이행이 교통의 안전과 소통에 미치는 영향이 적었다고 판단되면 경찰서에 출석해서 그 사실을 적극적으로 주장해 볼 필요가 있다.

처분은 명확한 근거 법규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 '영향이 적다'라는 말은 지극히 애매모호하고 주관적인 판단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때 운전하고 있었던 나의 입장에서 봤을 때 교통흐름이나 소통에 미치는 영향이 적었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한다. 안 먹히면 할 수 없고.

3. 위 과정이 번잡하고 피곤하다고 생각하면, 그냥 순순히 교통민원 24에서 범칙금 납부하고 말면 된다. 세상 간단하게 사는 것도 현명한 방법 중의 하나다. 2번 수순으로 가면 논리싸움을 피터지게 해야 승산이 있기 때문이니까 말이다.

아무튼, 40년 가까이 운전하면서 깜빡이 없이 끼어든 경우는 거의 없었다. 다소 깜빡이를 켜고도 무리하게 끼어들었을 때는 최소한 비상 깜빡이라도 켜서 미안하다는 신호를 줬다. 진로변경 시 깜빡이를 켜라는 것은 내 차의 향후 진로를 알려주어 다른 운전자에게 미리 준비할 시간을 주라는 취지다.

그런데, 저 멀리 있는 운전자에게 신호를 주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말이 공익신고이지, 이건 무슨 시추에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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